수리남 (Suriname, 2022) / 넷플릭스 영화
감독 : 윤종빈
출연 : 하정우,황정민,박해수,조우진,유연석 그리고 장첸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6부작 미니 드라마입니다. 사실 말이 좋아 드라마지...6시간짜리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마도 넷플릭스의 대자본이 아니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IP를 확보하느냐, 넉넉한 자본으로 여유있게 작품을 만드느냐. 아아...제작자들이 딜레마에 빠질만도 합니다.
'수리남'은 남미 북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입니다. 한국과는 50년대부터 수교가 이루어진 국가이지만,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나라가 존재하는 지 조차도 몰랐죠. 때문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수리남은 우리에게 굉장한 낯설음과 신선함을 안겨줍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어떤 곳인지도 모르기에...극중 인물들이 처하는 위기 상황에 대해 우리는 더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원래 인간은 낯선 상황에서 더더욱 긴장을 하게 마련이니까요.
이 드라마는 홍어 사업을 위해 수리남을 찾게 된 강인구(하정우)가 우연히 마약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를 계기로 국정원 직원 최창호(박해수)를 만나 수리남의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목사 검거 작전에 투입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적의 조직에 언더커버를 심는다는 (이쪽에서는) 꽤 흔해빠진 내용이지만, 이번에는 언더커버 당사자가 그냥 민간인이기 때문에 뭔가 색다른 쫄깃함이 있습니다. 더불어 극중 강인구는 놀라울 정도의 달변과 사업수완을 가진 인물로서, 공무원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대범함과 장삿속으로 암흑가의 인물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데요. 여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의외로 취저. 개인적으로는 그 시원시원함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 혹은 기대한만큼. 역시 대단하다고 느낀 건 하정우와 황정민 콤비였고, 감탄까지 내뱉게 만든 건 역시 조우진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는 얘기할 수 없지만, 중후반부에 조우진이 계단에서 깜짝 등장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충격이었습니다. 굉장한 시나리오+어마무시한 연기력의 크로스였달까. 적어도 연기로 깔 일은 없을겁니다. 혹독한 눈을 가진 염세주의적 평론가가 아니라면.
다음은 액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총격씬은 그럭저럭 쏘쏘. 육탄씬은 다소 아쉽. 입니다. 애초에 격투 장면이 많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액션의 합이 어딘가 둔해 보이는 건 이 영화 최고의 단점 중 하나로 느껴지더군요. 강인구가 오래전에 유도를 했었다는 설정으로 중간 중간 화려한 유도 기술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몇번의 공방이 오고가는 결투씬에서는 그러한 화려함도 없고 긴박감도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공백들을 탄탄한 시나리오와 총격씬 시퀀스들이 메워주지만, 맨손 격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약간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쭉 이어서 봤는데, 단 한순간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꽉 차고 탄탄한 전개가 돋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느와르의 정서가 느껴지는 두근두근한 텐션도 좋았고, 배우들간의 케미 또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보기에 편했습니다.
재밌습니다. 다른 흥행 감독들에 비해 윤형빈의 평가가 살짝 절하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떡상 한 번 노려보시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넷플릭스 차트에서 성적이 좋아야겠지만 말이에요.
"엄청난 사업 아이템이 있대!"
돈 좀 모인다 싶으면 귀신같이 알고 찾아오는 친구의 유혹. 알면서도 일단 넘어가주는 게 의리죠. 망설이지 말고 수리남으로 가봅시다.
"여기서 장사하고 싶으면 돈 내놔!"
수리남의 중국인 범죄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장 '첸진'이 삥을 뜯기 위해 찾아옵니다. 협상의 달인 인구가 조율을 시도하지만 대실패! 이런이런....중재자가 필요하겠군요.
'할렐루야! 모든 것은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질겁니다"
수리남에서 목회일을 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요환 목사의 등장. 하지만 사실 그는 수리남의 코카인 유통을 꽉 잡고 있는 희대의 마약왕이었습니다. 목사는 위장 신분....이라고는 하지만, 놀랍게도 자신의 신도들을 세뇌시켜 부하로 부려먹기도 합니다. 사이비교주+마약조직 이라는 끔찍한 혼종이죠.
전요환의 고문 변호사 '데이빗 박'
<건축학 개론>의 쓰레기 선배 이후 (저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의 악역입니다. 그 사이에도 악역을 맡은 적이 있었나??? 잘 모르겠군요. 어쨌든 유연석은 이렇게 비열한 캐릭터도 참 잘 어울립니다. 그만큼 연기를 잘한다는 방증이겠죠. 저 상태로 수지를 들쳐메고 그녀의 자취방으로....아...다시 떠올리니 또 빡치네요.
전요환의 오른팔이자 심복. 변기태.
원래는 중국 조직의 일원이었으나 전요환쪽으로 붙은 배신자입니다. 조직내에서는 '전도사'라고 불리며...볼수록 찌질하고 애잔한 캐릭터....였다가 정말 굉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밝혀집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죠.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 최창호.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인구를 전요환 체포작전에 투입시킨 장본인. 따지고보면 오히려 이쪽이 더 만악의 근원이긴 합니다만...어쨌든 나라를 위한 일이고 정의구현이 목표였으니 선역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놈이랑 엮인다면 곤란한 일이 한두개가 아니라서요. 저는 이 놈 또한 전요환이랑 뭐가 다른지 의문이 듭니다. 그냥 추구하는 목표가 다를 뿐...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해먹는 건 둘이 판박이였으니까요.
2화에서 예원이 특별 출연합니다.
갑자기 웬 예원이냐? 고 의아해 하실 수 있겠지만, 원래 전 예전부터 팬이었어서. 응원의 마음으로 올립니다. 사소한 실수조차 곧 매장이 돼버리는 한국 연예계가 좀 ㅈ같기도 하고 말이죠. 사람들은 거짓말한게 괘씸해서! 라고 하지만 어린 나이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비겁하고 찌질하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을 늘어놓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으니까요. 적어도 '상습'이 아니라면, 용서받을 기회 정도는 주는 게 맞지 않나요?
영화의 배경은 수리남이지만, 주로 도미니카 공화국과 제주도 등지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무조건 외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제주도라니...조금 놀랐네요.
본격적인 총격씬은 주로 5~6화에 몰빵돼있습니다. 다양한 화기가 등장하고, 심지어는 탱크에 헬기, 전투기까지 등장합니다. 제가 그쪽엔 문외한이라서 잘 모르지만, 꽤나 신경 쓴 느낌이 강해보였습니다.
원래 드라마 리뷰는 잘 안하려고 하는 편인데, 좋아하는 감독이 만든 좋아하는 장르의 드라마라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리뷰라는 게 주관적인 색채가 강한 글이긴 하지만, 이번엔 좀 더 깊은 주관을 담아 응원의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수리남 부디 대박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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